원혼을 달래는 영가(靈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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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과 작별하고
낯 선 땅 원수 땅에 끌려온 지 어언 삼년
일본 놈들 천황주의 외국양민 강제징용
우애있게 살자하던 형제들과 이별하고
시모키타 전쟁터로 끌려온 지 어언 삼년
일본 놈들 군국주의 인간사냥 강제연행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성하던
고향산천 이별하고 끌려온 지 어언 삼년
일본놈들 침략주의 인권유린 강제노동
꽃피던 춘삼월에 나비 쫓던 옆집 옥이
버들피리 꺽어 불며 약속한 지 어언 삼년
일본 놈들 차별주의 강탈강간 일삼았네
어젯밤 꿈속에서 머언 길을 걷다보니
느티나무 그늘 아래 부모형제 기다리네
석양의 그림자는 고향 친구 고향 산천
오늘도 가고파서 바닷가로 언덕위로
줄달음쳐 보았지만 고향땅은 뵈질 않고
저 멀리 수평선만 눈물 속에 아른아른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이 원통해 불러보며
굶주리고 배고프고 고달프고 춥떨려도
불효자식 속죄하며 살아 돌아 가렸건먼
고향에 가고파도 고향을 보고파도
태평양 칼파도는 험상궃게 날뛰대고
한가위 보름달은 구름 뒤에 숨네 그려(중략)
네가 여기 묻힐 적에 죽지 않고 살았으니
오뉴월에도 서리되어 주야장천 내리다가
키노푸 언덕 위에 해당화로 피어나라.
<<일왕! 너의 죄를 아느냐?>>전재진. p183~184쪽
강제 징용 노동자 세 동지를 키노푸 해안가에 묻은 생존 노동자는 동료들을 그리며 원혼을 달래는 영가를 애절하게 읊었다. 근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만사가 교차하는 천상을 헤매며 몹시 괴로워했다. 밤이 깊어 자정이 지났으나 이 시간에도 대본영에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을 일왕 미치노미야(미친놈이야) 히로히토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 히로히토 당신은 어찌하여 조선의 혼을 이토록이나 무참하게 짓밟느냐? 네 조상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년에 조선에 난리를 일으켜 16만여 명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 가지 가잖았더냐? 그 대한국인의 코를 베어 가져다 무엇에 썼더냐? 갑오년에는 조선의 선한 농민을 셀 수 없이 죽였잖느냐? 명성황후를 히젠도로 베어 죽이라고 명령했잖느냐? 조선의 황제를 강제로 퇴위시키고 조선과 네 나라를 강제로 합쳤잖느냐?
조선의 강산을 장제로 몰수하여 그 곡식도 생선도 약초도 다 빼앗아 갔잖느냐?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네 백성에게 자경단을 조직하여 죄 없는 대한국인을 죽이라고 했잖느냐? 백두산 정기 내린 간도 땅에서 농사짓는 대한국인을 학살하기를 몇 명이었더냐? 중일전쟁을 일으켜 난징에서 네 고모부인 아사카에게 총지휘권을 맡겨 30만 명의 중국인 남녀노소를 무참하게 살해하여 무단 매립하고 돌을 깔아 덮었잖느냐?
관동군 731부대에서 인간 생체실험을 수 백 번이나 했잖느냐? 네가 한 짓을 열거하기도 참 힘들구나. 조선의 5천년 역사의 유물을 죄다 약탈해 갔잖느냐? 중국 대련 뤼순 감옥 교수형장에서 중국 애국 열사와 조선의 애국지사들을 목매달아 죽여 야산에 묻었잖느냐? 무엇이 부족해서 네 부하들이 조선의 처녀들을 강제로 끌어다 전쟁터를 누비며 썩은 거시기로 강간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니 그래도 당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일본인의 神이란 말인가? 아 ~ 당신의 나라가 내 이웃 나라라니 참으로 부끄럽도다! 아!~ 심장이 터지다 못해 찢어지는구나.
아!~ 훗날 네 백성들이 천벌을 받아 불행해질까 심히 걱정스럽구나. 관동 대지진으로 너를 심판했던 염라대왕이 너의 죄를 물으려 다시 올 것이니 난 굳이 너에게 보복의 원한을 퍼붓지 아니해도 되겠구나. 하늘의 뜻을 되새기며 땅의 마그마를 두려워하라. 그것만이 너와 네 백성이 살 길이니라." (<<일왕! 너의 죄를 아느냐?>> 전재진.2014.태평양재단)참조
노동자의 눈앞에는 숙소 판잣집 천장만 보이지만 천장에는 히로히토의 죄상이 낱낱이 박혀있어 눈을 감지 못하고 밤을 지새웠다. 강제징용 노동자의 애절한 마음과 분함과 울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왕! 그대들의 가문이 진정 신(神)으로서 일본인의 神으로 추앙 받으려면 귀신(貴神)답게 인류의 양심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피해와 관련하여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긴박한 사항이라면 바로 대일항쟁기와 일본 패전 전 후 시기에 강제연행징용자와 유해 일괄 송환과 일괄봉안이다.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진정한 사죄와 용서를 구하고 그리고 피해배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한국과 일본 관계에 있어서 가장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국 관계의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진정한 교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한·일 양국 정부는 피해자와 그 유족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이 같은 굴욕적인 자세로 갈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 땅에 성현다운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패권주의와 제국침략주의 그리고 군수산업이 판치면서 환경파괴와 핵무기만 늘어났다. 21세기를 맞이하고도 22년이 흘러간 지금 한·일관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피해자의 인권이 회복되는 그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도서
<<일왕! 너의 죄를 아느냐? 1.2권 >> 전재진.2014.태평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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