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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 이야기

입을 봉해야 재앙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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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
댓글 0건 조회 155회 작성일 23-03-23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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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시대 <<좌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자공(子公)과 자가(子家)는 춘추 시기 정(鄭)나라 군주 영공(靈公)의 두 대신으로, 정 영공의 서형(정실에게서 난 아들이 첩에게서 태어난 형을 이르는 말)이었다. 하루는 초나라에서 자라를 보내왔다. 정 영공은 군신들의 노고를 위로할 겸 함께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군주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공은 자가를 향해 장난을 쳤다. 이를 본 자가가 그 자리에서 '키득'하고 웃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 때문에 영공은 매우 화가 났다.


이후 군신들을 불러 자라를 먹는 날, 정 영공은 유독 자공에게만 자리를 주지 않았다. 자공은 부끄럽고 분한 나머지 버럭 화를 내며 자라를 요리하던 솥으로 가서 막무가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맛보고는 황급히 떠나 버렸다. 이를 본 정 영공은 대노하여 그를 죽이겠다고 큰 소리쳤다. 이에 자공은 걱정이 되어 자가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자공은 영공이 분명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자가에게 서둘러 손을 쓰라고 권했다. 왜냐하면 당시 자가가 병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가가 말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도 늙으면 죽이기를 꺼리는데, 하물며 군주를 죽일 수가 있단 말인가?" 자공은 자가가 망설이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자가가 야기한 화이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우니 그가 뒷일을 다 책임져야 한다고 몰아 붙였다. 결국 자공의 종용으로 자가는 정 영공을 죽이고 말았다.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병권을 장악하지 못한 정 영공은 결국 살해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원인 제공자였던 자공은 직접적으로 군주를 시해하는 데 참여하지 않아 사서는 모두 자가가 군주를 시해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정나라 사람들도 자가가 군주를 죽인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몹시 미워했다. 이후 자가가 죽자 정나라 사람들은 자가의 관을 열고 땅에 묻지 않고, 그의 일족 모두를 정나라에서 추방했다. 이 이후 자가 일족은 영원히 정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 일은 <<좌전>> <<사기>> 등에 기록되어 있다. 자가는 본래 군주를 시해할 마음이 없었고, 영공도 그를 죽이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는 도리어 남의 말만 믿고 주견 없이 행동했다가 결국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자손 후대에까지 재앙을 끼쳤다. 이 모든 사건의 도화선은 다름 아닌 부적절한 말이었다. 


일상생활 중 우리는 자주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이는 필시 선인들이 무수한 피를 흘리며 얻은 교훈을 기반으로, 말은 삼가고 행동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위로야화>>의 다름의 구절은 아주 예리하게 이를 지적하고 있다.  [ 정신은 눈으로 전해지는데, / 눈에는 눈동자가 있어 / 눈을 감아야 /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다./ 화는 입에서 나오는데, / 입에는 입술이 있어 / 입술을 닫아야 화를 방지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고, 입을 닫으면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닫는 것'의 효과가 큰데도 우리는 항시 '열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주역>>은 마치 보따리를 묶는 것과 같이 자신의 입을 봉하여 한마디도 말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침묵한다고 해서 반드시 칭찬을 받지는 못할지라도 한마디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팡차오후이) 참조


한국 사회에서도 뉴스가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파동으로 시끄럽다. 전국민이 대통령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비속어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특정 단어를 놓고는 전국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부끄럽고 민망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국민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발언이 일파만파로 이어지자 15시간이 흘러서야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와는 다르게 알려졌다." ,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며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발언에 등장하는 단어가 미국 대통령 이름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 맞다고 강변하며 "다시 한번 들어보시라"고 말했다. '국민청력시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듣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인 특정 단어 논란으로 관심을 끌고간 것이다. 김 수석은 정작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프레임 바꿔치기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김 수석의 설명이 맞더라도, 윤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한 것이 된다. "대한민국은 동맹국을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했는데 동맹국 관계는 걱정이고 야당을 '새끼'로 부르는 대통령 인식은 아무 문제가 없단 말인가? 아무튼 국민을 무지랭이 바보로 아는 것 같다. 실은 그 반대인데.


윤 대통령의 설화가 빚은 외교 참사는 점입가경이다.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중이었던 지난 1월 15일 아크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속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과 대통령의 무지가 동시에 담겨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란 한국이 UAE에 최고 수준의 안보 제공을 약속했고 아크 부대는 그 일환으로 파병되어 있다는 것이다. UAE와 맺은 이 협정에는 '자동개입' 조항까지 담겼있다. 이는 UAE 전쟁시에 한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해 UAE 안보를 지켜주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에도 큰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이웃과 친해지기 위하여 다른 이웃을 욕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금까지 사과나 그 어떤 반응도 없다. 정부· 여당은 "오해"라는 말로 외교 참사를 퉁 치려고 한다. "오해" 라는 표현은 맞다. 그런데 번지수를 정반대로 짚었다. 이란 정부가 윤 대통령의 말을 오해한 것이 아니라 윤대통령이 UAE와 이란의 양자관계를 오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 있었던 일은 사정이 복잡하고 이야기를 풀자면 길기 때문에 일본 방문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어제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이 첫 시국미사를 올렸다. 70~80년대에 국가가 어려울 때 사제단이 나섰다. 지금은 나라가 거의 망하기 직전에 있다.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신식민시대가 오고 있다. 나라가 망하고 있는데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는가? 좌와 우가 따로 있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 호흡기를 달고 있으니 일단 살리고 보자. 


참고도서


<<나를 지켜낸다는 것>>팡차오후이.2014.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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