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들에게 전쟁은 그들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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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7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갈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양측 간 갈등에는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양측의 내부 정치적 상황, 아랍권 전체의 정치 지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왔다.
이스라엘 건국은 이스라엘 국가와 아랍 국가라는 국가 간 전쟁이기도 한 아랍-이스라엘 분쟁을 일으켰는데, 이는 점점 확대· 심화되어갔다.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전후~1967년 6월에 발생한 소위 '제3차 중동전쟁'에 이르는 1960년대 중반 이전까지, 이때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 난민 문제로만 인식되었다.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요르단(요르단 강 서안을 점령), 이집트(가자 점령)에 의해 분할되어, 팔레스타인이란 지명은 지도에서 사라진 뒤였다. 팔레스타인이란 이름은 팔레스타인 아랍인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아랍 난민'으로만 이어져 내려오던 터였다.
제3차 중동전쟁은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선제공격하고 6일 사이에 압승한 전쟁이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 골란고원, 요르단 강 서안, 가자 지구 등을 점령하면서 지배지역을 다섯 배나 확대하는데, 그 결과 다수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한다. 이 전쟁을 계기로 아랍-이스라엘 분쟁은 변질되기 시작하는데 팔레스타인 문제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이스라엘은 대승을 거둬 명실상부한 중동의 군사대국임을 증명했고, 이후 중동 평화로 불리게 되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의 평화교섭은 전쟁 전의 상태로의 원상 복귀를 이루는 것이 목표가 된다. 제3차 중동전쟁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평화교섭의 출발점으로 다뤄지는 이유다.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아랍-이스라엘 분쟁'(중동전쟁)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중요한 요인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고양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자립을 들 수 있다. 3차 중동전쟁 후에 현저히 나타난 현상인 팔레스타인 해방운동,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은 제2차 중동전쟁 이전에는 아랍연맹의 틀 안에서 활동해왔다. 아랍연맹에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설립된 때는 1964년이었다. 제3차 중동전쟁에서 아랍 국가가 패배하자 팔레스타인인人 스스로 무력 투쟁을 벌이자는 팔레스타인 민족주의가 발생해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구성된 게릴라 조직의 정치적 영향력이 PLO 안에서 점점 더 커져, 이 때문에 슈케이리는 PLO 의장을 사임한다.
이후 PLO 안에서 최대 정치 조직이었던 파타(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대표 야세르 아라파트(1929~2004, 재임 1969~2004)가 1969년 2월 PLO 의장으로 취임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PLO의 존재도 국제적으로 승인을 받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유일하면서 정당한 대표로 인정받아 아랍 세계에서 국가와 동등한 지위를 약속받는다. PLO가 유엔 옵서버 지위를 획득해 유엔 총회에서 아라파트 PLO의장이 연설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열흘간의 상황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이 전개되고 있다. 공격 나흘 후인 11일, 이란의 라이시 대통령은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태 수습을 위한 공동 전략을 논의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언론을 통해 만일 이스라엘이 가자지역에 대한 야만적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이스라엘은 "거대한 패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헤즈볼라는 만일의 경우 직접 군사개입을 천명했다.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이 지역에 배치된 미국의 2개 항공모함 전단과 각종 전함, 전투기들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필요한 경우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한편 이란이 저항단체들과 군사 측면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중국과 사우디는 외교 협상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국무장관 블링컨이 아랍 국가들을 순방하며 인질 석방을 위한 협력을 촉구하는 동안 중국은 가자지역에서의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방안을 주장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행동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랍국가들과 중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매우 심각한"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으며 "국제 사회는 긴장해소와 평화협상의 조속한 재개, 그리고 팔레스타인들의 정당한 국가 건설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즉가 행동할 책임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무부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며 하마스의 공격 중지와 모든 인질의 석방" 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이란과 헤즈볼라 등 제3자의 분쟁 개입을 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합의하고 중국이 지원하는 방안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교전을 중단하고 긴장을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유엔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스라엘은 고립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스리엘 총리 네타냐후의 퇴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복잡 미묘할 것 같다.현재 바이든은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해 있다. 바이든은 이미 뒤로 물러서고 있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될수록 국제사회의 비난과 인도적 위기 해결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과연 현실적 선택이었는가는 두고 볼 일이다. 가자지구 내의 민간인을 향한 모든 폭력과 폭격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고 인도주의적 구호 접근의 허용을 해야 한다.
냉전 종식과 소련 몰락으로 유일 패권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21세기도 "미국의 세기"로 만들기를 원했다. 이 기회를 엿보던 네오콘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에서 그 기회를 찾고자 했다. 네오콘은 외교적 해법은 없다. 아프칸 침공을 강행 했으며 9.11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또 미국 스스로도 "국제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고 말했던 탄도미사일방어 (ABM) 조약을 파기해 군비경쟁을 촉발했으며, 이라크 침공을 강행해 중동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지난 19일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요하다"며 이들 나라에 대규모 긴급 군사원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푸틴은 각기 다른 위협을 대표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며 "그들 모두 이웃한 민주국가를 몰살시키려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돤 배경 가운데 하나는 미국 주도의 NATO 동진과 미사일 방어체제(MD)를 앞세운 동유럽의 군사화에 있었다. 그리고 하마스가 민주적인 선거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의 집권 세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은 두 전쟁에서 간접적이지만, 중대하게 개입하고 있는 두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원조는 이스라엘의 방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원조 규모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시오니즘이 본격화된 1946년부터 2022년까지 이스라엘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무려 26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2016년에는 이스라엘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매년 38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해오고 있다(프레시안.2023.10.20.박인규). 미국이 이스라엘에 퍼붓는 군사원조는 올해만 178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자체 국방비242억 달러를 더하면 이스라엘의 올해 실질 군사비는 420억 달러가 된다. 여기에서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주는 무기가 무고한 민간인 학살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하고 도시 자체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공습대상이 군사 목표물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가자지구의 공습은 인도적 대재앙이 현실화되고 확전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고 막대한 군사원조를 통해 이미 실질적으로 군사강국이며 테러국가인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더욱더 키워주고 있다. 국제 여론을 의식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의사도 밝히고 있지만 이는 '병주고 약주는 꼴'이라고 할수 있겠다. 오늘날 두 전쟁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국제정세는 물론이고 미국의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방지와 終戰에는 무관심한 미국이 불가능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무리한 수를 강행할수록 주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반감은 커지고 서방의 전쟁 피로도는 높아져 미국의 처지는 곤궁해질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의 위상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다. 군사적 원조를 앞세워 이스라엘 강경파의 편에 설수록 미국에 등을 돌리는 나라들도 많아질 것이다. 이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15개국 이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이런 점이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이 중간에서 두 전쟁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할게 아니라 조속한 휴전과 종전을 도모하는 것이 미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최근 서아시아 세력판도를 살펴보면,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으며, 특히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국가들이 중동평화 협상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면 미국은 더 이상 중동 평화 과정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달러의 시대도 저물어 갈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세계 패권도 끝나가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흐름을 살펴보면 앞으로 세계질서는 다극화체제로 갈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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