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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를 배회하는 두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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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
댓글 0건 조회 115회 작성일 23-11-0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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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간이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걸어갈 '드넓은 길'은 곧 다시 열립니다.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의 고별 연설에서 나온 말이다. 아옌데가 칠레 민중에게 남긴 마지막 연설은 정치 지도자가 내놓은 사상 최고의 작별 인사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의 마지막 연설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아옌데가 이 연설을 한 날은 1973년 9월 11일, 즉 피노체트 장군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날이었다. 1970년 국민투표로 선출된 아옌데 대통령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무기를 쥐고 일부 심복과 함께 대통령궁 안에 갇혔다. 그날 아옌데는 죽을거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민중에게 고별 연설을 내보내며 "배신자와 반역자, 비열한 자에게는 응당 벌이 내릴 것"이라는 도덕적 교훈과 함께 "노동자들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충실히 따라간 떳떳한 한 사람"으로의 증언을 남기고자 했다.


그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살바도르 아옌데. 남미 남단 최초 투표로 선출된 사회주의 대통령은 20세기 세계 좌파의 핵심적 인물로 꼽힌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칠레에서 사회주의가 지속된 기간은 3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구 900만의 이 나라를 변화시켰고, 전 세계 활동가와 지식인 사회를 흥분케 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과 아옌데 정권의 붕괴는 칠레를 기약없는 암흑속으로 빠뜨렸다. 1969년, '인민연합'이라는 좌파 전선을 결성해 민주적이면서도 혁명적인 사회주의로의 체제 변경을 제안했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선거를 통해 제도적인 사회주의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핵심은 총과 유격대 활동보다는 노동자 운동과 서민 계급을 동원하자는 데 있었다. 아옌데는 국민투표 결과를 군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다수의 뜻을 받들어 존중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과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준법적 행보는 좌파세력에게 결과적으로는 자실행위나 다름 없었다.


1970년 9월 4일, 아옌데가 우파 및 기독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온 나라 안은 한껏 기대로 벅차올랐다. 집권 초기 아옌데 정부가 실시한 40개 조치는 경제 성장과 부의 재분배 실현, 임금 인상을 추구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 정권에서 실시한 토기개혁을 심화하거나, 광물을 비롯한 국내 주요 자원도 정부 관할 하에 두고자 했다. 수십 개 대기업과 90%이상의 은행이 국유화됨으로써 직원과 공공위원회의 공동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 재산'도 구축됐다. 그러나 대규모 자산가와 자본가들은 아옌데의 정책에 악마를 보듯 몸서리를 치며 반발했다. 1970년 11월 6일,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칠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아옌데 대통령의 권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 세상이 그의 행보를 성공적이라 인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남미가 칠레를 뒤따르 게 좌시해서는 안됩니다. " 아옌데가 취임한지 불과 3일 만에 나온 발언이었다.


미국의 이런 행보는 언제나 그렇듯 자국 기업의 이익에 침해를 받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는 오만방자한 행동에서 나오는 습관적인 버릇이었다. 구리 보유량이 세계 1위인 자원이 미국 기업의 손을 떠나 정부로 귀속되자 백악관은 이를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아옌데는 비동맹국가들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피식민국가의 자결권을 옹호하고 국제 금융 시스템을 비난했다. 칠레의 국유화로 타격을 입은 거대 다국적 기업과, 미 중앙정보국은 아옌데 정부의 급진적 사회주의 행보를 공중분해 하려는 음모를 구상했다. 이라크 전쟁도 사담 후세인이 석유 대금 결제를 유로화로 받는 것에 대해 달러 패권에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후세인을 갖은 음모를 조작하여 제거한 경우다. 이 순간에도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세력은 가차없이 전쟁도 불사하며 이익을 지키는 악의 세력들이다. 그런 행보에 추종하는 세력들 또한 '악의 축'이라 할 수 있겠다.


미 상원 보고서에서 나타나듯 백악관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칠레 우파 진영은 집권 좌파의 권력 기반인 사회주의  진영을 와해시키고자 노력했다. 우파는 군부쪽 반발 세력을 중심으로 지원군을 모색했고, 극우단체 '조국과 자유'는 테러를 일으켜 불안을 조장했다. 대기업 사측 지도부와 일부 자유직업군은  보이콧과 사업장 폐쇄를 실시했다. 결국, 칠레 경제는 망했다. 보수 진영의 언론들은 우파의 방해 전술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사회주의 독재"의 "폐단'을 연일 가짜뉴스로 보도하며 여론을 조작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가짜뉴스는 보수 언론들의 전매특허나 다름이 없었다. 우매한 민중들은 현혹되거나 속아 나라가 망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수가 없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속된 말로 멍청하다보니 항상 이용만 당하며 결국에는 토사구팽 당하는 불쌍한 인생들을 사는 것이다. 깨어 있으라!!  민중들이여!!!


1973년 9월 11일 아침, 미국 닉슨 정부(및 브라질 독재 정권)의 지원을 등에 업은 군부는 여러 군 조직을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좌파는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무방비 상태였고, 칠레의 대항전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보수 민족주의 계열의 카톨릭 세계관과 안보 논리를 기반으로 한 피노체트 군사정부 독재 세력은 노조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계엄령을 선포하며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다. '사회주의 암덩어리'에 맞서 전국적으로 국가 주도의 테러가 자행됐다. 이후 16년 동안, 피노체트 독재 세력은 수만 명을 고문하고 3,200명 이상을 암살했다. 암살당한 이들 중 1,000명 이상이 시신조차 찾지 못해 실종된 상태다. 그 당시의 유가족들은 현재까지도 활동하며 꾸준히 정부에 항의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제 망명길에 오른 사람도 수십만에 달했다. 군부의 이런 과격한 통치가 이뤄지던 시기는(특히 1975년부터)칠레를 '신자유주의 연구소'(미국 시카고 대학의 밀턴프리드먼의 지휘아래)로 변모시킨 경제 충격요법의 진행시기와 일치한다.


쿠데타 후 50년이 지난 지금, 사회분열이 심화된 칠레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등에 업고 심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대선에서는 사회주의 세력인 가브리엘 보리치(광역전선)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면서 극우 진영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공화당)후보와 맞붙어 승리했다. 공공연히 독재자 피노체트 장군을 신봉하는 카스트는 우파 계열의 강성 인사로, 유럽에서 칠레로 도피했던 전 나치 중위의 아들이다. 가톨릭 원리주의자인 그는 그 가족과 군사독재 정부를 지지했으며, 형제 중 한 명은 독재 정부 시절 각료 출신이었다. 반대로, 당선 된 보리치 대통령은 아옌데 전 대통령을 귀감으로 삼고 있는 인사이다. 1973년 민주주의 유린한 이들 앞에서 민주적 제도와 인권 존중을 호소할 때 주로 아옌데를 소환한다. 그러나 보리치 대통령은 의회 다수당 소속도 아니고 민중 운동과의 접점도 없다. 게다가 그의 세력 일부는 부패스캔들에 연루되어 있어 칠레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극 중도'를 통치 이념으로 삼는 보리치 대통령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옌데가 꿈꾸던 "드넓은 길"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인다. 2년 전, 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 유산의 청산이 가능해 보였다. 2019년 10월에 일어난 대규모 민중봉기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반대파 쪽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돼 2022년 국민투표에서 페미니즘과 진보주의 성향의 개헌안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되자 새 헌법 구상의 주도권은 역설적이게도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세력인 공화당으로 넘어갔다. 2023년 5월 제헌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 결과였다. 이제 '피노체트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멘토가 1980년 구상한 헌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손에 넣은 상태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촛불혁명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우매한 국민들이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민주적인 정부는 고사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 정부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민중들은 깨어있어야만이 이런 말도 안되는 정부를 막을 수가 있는 것이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칠레의 정치권에 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 두 유령은 칠레의 앞날에 다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나의 세력은 피노체트 독재자의 유령으로, 또 하나는 평화를 추구하던 사회주의자의 유령으로, 반세기기 흐른 지금도 칠레는 두 유령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한국도 반민주세력과 민주세력의 두 진영 사이에서 국민들은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고 있음이다. 이런 상황은 1970년대로 회귀하고 있으니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를 지키려 투쟁하던  민주 영령들의 넋을 볼 면목이 없는 것이다. 왜 당대에 한국 사회에서 이런 총체적 난국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유추해보자면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국민들의 도덕과 윤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오직 돈만을 쫓는 황금만능의 천민 자본주의를 맹종한 결과이지 않나 싶다. 돈이 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10대부터 80대까지 오직 돈을 쫓는 천박한 국민들이 많음이 우리 앞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다. 깨어있는 민중들이 많아질 때 한국의 민주주의와 미래는 밝아진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읽을 만한 책


<<살바도르 아옌데:혁명적 민주주의자>>빅터 피게로아 클라크.2016.서해문집.


<<리라이트>>윤석만.2018.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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